2018년 제18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대회가 8월 24~26일,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기본소득과 새로운 보편주의: 21세기 복지국가를 다시 생각하다(Basic Income and the New Universalism: Rethinking the Welfare State in the 21st Century)”를 주제로 열린 이 대회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성과를 공유하고 핀란드와 온타리오 실험에 관한 소식 등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8월 26일 토요일, 폐회 때는 BIEN 공동창립자이자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인 애니 밀러(Annie Miller)의 폐회 연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요청에 따라, 애니 밀러 님이 이 연설을 위한 메모를 새롭게 구성하고 늘린 ‘폐회 연설문’을 보내주셨습니다. 여기에 그 글의 번역문과 원문을 싣습니다. 인용 시 출처를 명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8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대회
핀란드 탐페레, 2018년 8월 26일

폐회사

애니 밀러

20180826_s_closing-reflections_A.Miller

지난 4일 간의 다양한 전체 세션이나 특정 세션에 대한 저의 소회를 이야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세션들에 참여하셨고 각자의 의견이 있으시겠지요.

1986년 9월에 루뱅 라 뇌브에서 열린 첫 BIEN 대회에 참석했던 사람으로서, 32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1986년에 발표되었던, 주로 이론적인 부분을 다룬 논문들의 목록을 가져왔습니다. 당시에 우리는 꽤 광범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필립 판 파레이스의 기본소득 정의(definitions)에 대한 논문이 있고, 제가 쓴 기본소득과 여성에 대한 논문도 있네요. 얀 오토 안데르손의 이름이 나오는, 기본소득과 다양한 이념들에 대한 두 개의 세션이 있고, 정치적 전략에 대한 또 하나의 세션에는 알렉산더르 더 로의 이름이 있습니다(1978년 <중심을 배반하라Revolt From The Centre>를 공동 집필한 닐스 메위어의 이름도 있습니다). 노동에 대한 세션에는 가이 스탠딩의 논문이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청구인 운동에 대한 세션이 있고, 마지막으로 발터 판 트리어와 로버르트 판 더 펜이 기여한 여러 국가의 논의 상황에 대한 세션이 있으며, (닐스 메위어를 제외하고) 모두 2018년 BIEN 대회에 참석한 이들입니다.

1986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대회의 근간은 여전히 광범한 이론적 논문이지만, 대체로 이전보다 심도가 깊으며 주제들이 확장되어 기본소득과 생태, 기본소득과 장애, 대안 통화, 세계 기본소득, 노동조합, 기본소득 실험의 이론적 요소 등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소득 제도를 위한 헌법적 보호 장치와, 수령인들에 대한 법적 보호(예컨대 빚쟁이들로부터의)에 대한 논문들이 더 발표되면 좋겠네요.

지속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들, 세계화, 그리고 2008년 경제 위기에 더해, 인공지능과 새로운 기술이 임금과 실업에 끼치는 영향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몇몇 이들은 기존의 직업들이 새로운 기술로 생긴 직업들로 대체되었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몇 십 년에 걸친 빈곤과 고통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자동화는 새로운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의 추동력인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 중 하나일 뿐이고,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받은 요인일 뿐입니다. 다만 이 현상의 긍정적 요소 중 하나는, 자동화와 불안정한 고용이 전문직과 중산층을 잠식하면서 우리의 뜻에 함께할 더욱 강력한 지지자들을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2014년 런던 대회에서, 한 영국의 정치인은 우리에게 웨스트민스터의 주요 정당들이 영국의 기여형 국민보험제도와 자산 심사에 따른 사회부조제도가 망가진 것을 알고 있으나, 아무도 그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를 뿐더러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안전(safety)은 두 가지를 필요로 합니다.

첫째로, 경험적 실험의 증거들이 있어야 합니다. 예상된 좋은 결과들을 낳는다는 점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부정적 증명은 할 수 없겠지만) 의도치 않은 끔찍한 결과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대회에서 이 영역에 대한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데이터들은 더욱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실험이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실험들도 계획되고 있습니다. 칼 와이더키스트는 연구로는 충분치 않다고 종종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맞는 말입니다. 양질의 연구는 변화가 일어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증거를 토대로 한 결정들에 영향을 끼치기엔 그것으로 부족합니다. 우리에겐 활동가들 또한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요건은 기본소득에 정통한 사람들이 기본소득 계획 실현을 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에 정통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하고 자신의 선출된 대표들과 관계를 맺고 선출된 대표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래에 기본소득 계획을 시행할지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할 사람들을 말입니다. 이것들은 기본소득 활동가들이 맡아야 할 중요한 교육 역할과 캠페인 역할입니다. 프레이밍의 보급 기법, 그리고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듣는 것은, 저에게는 늘 기쁘고 교육적인 일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학자들의 기량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두 집단은 상호보완적이며, 사회의 권력 관계들과 태도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운동에 여러 층위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광범한 토대를 형성하는 이론적 연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험적 연구는 또 하나의 층위를 이루며, 이론적 층위의 주제들을 연결합니다. 활동의 영역은 더 나아간 층위로서, 대중과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 정책 결정자들과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기본소득과 관련된 새로운 생각과 사실들을 반영할 포괄적 구조를 그려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저 혼자는 아닐 것입니다. 상호 연관된 영역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아마도 세 가지로 층을 나누는 것이 도식을 단순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1986년 이후의 거대한 변화 중 또 하나는, 기술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대다수가 문서 작성 프로그램, 세련된 통계 기술, 미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으며, 공식 자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자료들이 언제나 원하는 내용이나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큰 발전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도서관의 책과 학술지에서만 얻을 수 있던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빠르고 다양한 정보 통신을 통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혁신 중 하나는 영화제를 포함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제에 참여할 시간이 없었네요.

항상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 논의에 참여한 지 30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는 배우고 있습니다. BIEN 대회에 대한 유일한 불평은 제가 흥미로운 것들을 너무나 많이 놓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개별 세션 시간마다 제가 참가하고 싶은 (서로 다른 곳에서 발표되는 – 옮긴이) 경합하는 논문들이 여럿 있고, 그래서 제가 두 곳에 동시에 있는 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놓치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요약문들을 모두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굴을 맞대며 듣고 토론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1986년과의 또 하나의 차이는, 과거에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라고 합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요? 이는 세대적 현상으로 보입니다. 기본소득과 보편적 기본소득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본소득은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이며, 개별적이기도 하지 않나요? 정말로, 기본소득은 무조건적 개별적인 보편적 기본소득(UIUBI)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도 무조건적 개별적 보편적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UIUBIEN)가 되어야 하고요. 기본소득의 본질적 특징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필요 이상의 형용사와 이니셜들을 쓰고 싶다면, 정말로 현학적이 되어서 BIEN의 정의를 만들어보죠. 기본소득은 정기적 현금 지급이니, 정기적인 무조건적 개별적 보편적 현금 기본소득(PCUIUBI)이 되어야 하겠네요. ‘정기적인 무조건적 개별적 보편적 현금 기본소득’을 도입해 주십시오. 그냥 깔끔하게 기본소득이라고 쓰면 안 되나요?

그리고, 기본소득을 정의하는 특징에 대해 말하자면, 자산 심사에 따른 사회부조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지적되고 수정되면, 가구 조사는 개인 조사로, 특수주의는 보편주의로 바뀔 것입니다. 나이라는 조건을 제외한 차등적 지급도,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고안된 조건성도 사라지겠지요. 이와 같이 이전 구조의 잔해 속에서 기본소득은 꽃처럼 피어오릅니다.

지난해에, 저는 공산주의자라는 비난과 억만장자들과 동침했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는 기본소득이 단일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기에, 이상하게도 오히려 낙관적인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기본소득은 하나의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평등, 효율성, 자유 등 여러 목표들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이는 좌우파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둘의 우선순위는 다르겠지만요. 이는 비록 이 자리의 대표자들 대다수는 좌파라고 불릴 수 있겠지만, 우리는 우파에 가까운 사람들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기본소득이 달성할 수 있는 폭넓은 목표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재분배를 제외하고는 우파들이 반대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해방시키는 것, 빈곤을 축소하고 윤택한 삶을 확대하는 것, 소득을 재분배하고 더 정의롭고 포괄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 자산심사가 파괴하고 있는 유급 노동의 인센티브를 복원하는 것, 복지 행정을 단순화하고 행정 과정에서의 사생활 침해를 줄이는 것 등 말입니다.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것은 중요하며, 그래야만 광범위한 정치적 연대체를 통해 기본소득 운동을 전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에 에딘버러 국제도서페스티벌의 활기 넘치는 기본소득 세션에서 억만장자들과 동침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어, 사회자가 청중에게 기본소득을 위해 50%의 소득세를 낼 사람이 얼마냐 있냐고 묻자, 청중의 약 4분의 3이 손을 들었습니다!

억만장자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종종 70억 인구 중 가장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진 0.1퍼센트는 왜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고민합니다. 정부를 지배하고, 언론과 은행을 가졌으며, 너무나 많은 영역에 과도한 영향력을 가진 그 0.1퍼센트 말입니다. 그들은 참 어린아이 같게도 책임을 나누어 질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부와 권력으로만 달랠 수 있는 엄청난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인가 봅니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것 같고요. 이건 죄책감 때문일까요? 마지막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줄을 모릅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지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소시오패스’라고 부릅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연민을 받을 자격은 있겠지만, 그런 아이들은 굉장히 파괴적이기 때문에 강력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왜 이처럼 잠재적으로 심각한 성격 결함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요?

BIEN 대회가 제게 더욱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대표 참가자들의 구성입니다. 올해에는 청년들이 더 많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제가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이 더 젊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창조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미래이며, 여러분이 이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며 대회에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우리가 국제적이라는 것 또한 정말 좋습니다. 한편으로는 영어밖에 할 줄 모르는 제가 조금 부적합하게 느껴지네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참가자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저는 편했지만, 여러분께는 부담을 지워 드렸네요. 영어 사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여러 다양한 기술과 경험의 연합입니다. 학자, 활동가,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 영화인, 사회보장제도의 결점을 몸소 느낀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 기본소득이 가져올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까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금상첨화인 것은, BIEN이 항상 굉장히 친근한 곳이었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따뜻하고 보살핌이 넘치는 가족의 일부가 된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습니다. 우리 또한 남들처럼 강점과 약점을 가진 평범한 인간들이지만, 저는 항상 우리에게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바로 우리는 말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단지 사회보장제도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혁명을, 벨벳 혁명(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평화적 민주주의 혁명 – 옮긴이)을 일으키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인간들이 번성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며, 동시에 생태계의 다른 종들을 보호하며 공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연민, 정의, 자유, 연대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운동의 일부이지만, 오로지 인류에 대한 깊은 애정을 기반으로 할 때에만 기본소득은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 모두에게 당연한 말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가장 혐오스럽고, 형편없으며, 악한 사람에게도 ‘나는 당신이 싫지만, 당신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도 기본소득의 축복을 받길 바랄만큼 당신을 존중하고 신경 씁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말을 행동으로 옮길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불교의 격언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복을 내리며 세상으로 나아가라.’

** 기억해주세요 **

폐회사를 위해 작성한 메모를 약간 편집하고 늘렸습니다.

기본소득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유와 열람을 허용합니다. 인용 시 출처를 명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번역: 정희수        peer review: 박선미

♣ 원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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