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8년 기본소득 연합학술대회 ‘기본소득, 한국사회의 미래를 비추다’ 첫째날(11월 23일 금요일)에 열린 <세션 1. 공유부와 한국의 기본소득> 후기입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회원이자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인 장흥배 님이 쓴 글입니다.

후기: 2018년 기본소득 연합학술대회 1세션 “공유부와 한국의 기본소득”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2018년 기본소득 연합학술대회 제1 세션의 주제어는 ‘공유부와 한국의 기본소득’이다. 공유부(共有富) 배당론에 입각한 기본소득 재원의 대표 사례로 도시 개발이익(발표 1)과 토지(국토) 보유세(발표 2)를 검토하고, 공유부에 관한 일반론(발표 3)을 전개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발표 1. 도시의 공유지와 기본소득(곽노완)

곽노완 교수는 2017년까지 유예되었다가 2018년부터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로부터 조성된 세금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자는 주장을 펼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한 주택의 초과이익 일부를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이다. 근거법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2006년에 제정됐지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 명분과 해당 주택 소유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거의 무력화된 상태였다.

전체 발제에서 ‘초과이익’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과이익 환수제의 계산식에서 초과이익은 재건축 이후 주택가격 총액에서 재건축 개시시점의 주택가격,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 재건축 개발비용을 전부 차감하여 산출한다. 즉 초과이익은 시장이 주택 소유자에게 보상해야 할 어떤 노력이나 재능과 무관하다. 그렇다면 이 재건축 초과이익은 어디에서 왔을까?

“재건축 초과이익은 주로 공공투자, 토지계획변경, 세입자들의 경제활동으로부터 나온다. 이 중 토지계획변경은 지금까지 모든 사회성원과 미래세대의 공유지였던 기존 상한 층고 이상의 공중을 지표의 소유자가 사유화하도록 용적률 및 상한 층고를 상향하는 걸 뜻한다. 이는 토지소유자에게 지가 급등이라는 횡재를 안겨준다. 반면에 해당지역의 토지를 갖고 있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높은 건물로 인해 부분적으로 조망권을 상실하고, 자신과 미래세대의 공유지였던 상한 층고 이상의 공중을 부지불식간에 잃게 된다. 이렇게 볼 때 토지계획변경 등을 통한 토지소유주의 재건축초과이익은 모든 사람의 공유지를 사유화 내지 수탈할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재건축 개발이익은 전형적인 도시의 공유부인 것이고 이 개발이익이 도시 부동산 소유주에 의해 수탈되는 것이며, 이로부터 재건축 초과이득 환수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 배당의 정당성이 도출된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이렇게 환수되는 재건축 개발이익조차도 다시 부동산 부자들에게 집중적인 혜택이 돌아가게끔 구조화되어 있다. 현행 제도는 최종적으로 환수금의 45%가 광역 지자체에, 55%가 기초 지자체에 배분되어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또는 재정비촉진특별회계, 국민주택사업특별회계의 용도로 사용된다. 곽 교수는 국민주택사업 특별회계를 제외하고 “세수의 50% 이상이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등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도시 공유지의 창출이 공유지 근린지역 사유지의 가격을 상승시켜 부동산 다수 보유 기업과 부자의 이익을 불려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환수금 용도 이외에도 현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의 심각한 문제들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상가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주택보다 더 상위 부자들이나 기업들이 소유한 상가는 도시 재건축으로 인한 초과이득을 이 소유자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 현행 시세 대비 공시가율이 60∼65% 적용되는데 작년과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공시가율이 40∼60%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8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셋째, 기초 지자체에 55%, 광역에 45% 배분되는 현행 분배 구조는 광역이나 국가 단위로 더 많이 배분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강남구 같은 부동산 부자 지역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배분 구조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 의하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규모는 막대하다. 일례로 4,500가구가 있는 잠실 주공 5단지는 가구당 1∼3억 원 정도의 환수금이 나올 예정이어서 여기에서만 5,000억∼1조 원 정도의 환수금 조성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낙후된 지역의 재개발이나 도시환경정비 사업에서도 막대한 초과이익이 발생하지만 여기에는 초과이익 환수제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곽 교수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도시 개발이익을 도시 공유지로 보아 그 이익을 환수해 기본소득 배당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표 2. 부동산소득 추산과 국토보유세, 그리고 기본소득

“한국은행 자료를 아무리 뒤져도 부동산소득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의 발제는 ‘부동산소득’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부동산소득은 부동산 자본이득과 임대소득의 합계액이다. 자본이득은 흔히 매매차익으로 불리는 양도이익이 대표적이다. 이는 매매가 이뤄져 실제로 실현된 이득이란 뜻에서 ‘실현 자본이득’으로 불린다. 남 소장의 부동산소득 추산의 특징은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도 ‘잠재 자본이득’으로 규정하고 이를 자본이득에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소유 부동산을 (임대하지 않고) 본인이 보유하더라도 이 부동산을 임대할 경우에 발생하는 임대료를 귀속소득(imputed income)으로 간주해 임대소득에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남 소장은 이렇게 해야 “임금소득이 동일하더라도 부동산 보유 여부에 따라 경제력이 크게 차이 나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 한국은행의 소득계정에는 잠재 자본이득이 포함되지 않으며, 귀속 임대소득은 주택에 한해서만 ‘영업잉여’라는 항목으로 편제되어 있을 뿐이고 토지와 비주거용 건물의 귀속 임대소득은 다루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자료로는 진정한 의미의 부동산소득이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 소장의 현행 부동산소득 추산 방법론은 “자산 불평등이 아니라 소득 불평등이 문제”라는 입장을 개진한 장하성 교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장 교수가 시장소득에서 재산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0.3∼3% 수준으로 낮게 잡은 이유는 잠재 자본이득이나 귀속 임대소득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잠재 자본이득과 귀속 임대소득까지 포함시킨 부동산소득은 2016년 505.7조 원으로 GDP의 30.9%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여기에서 부동산 매입가격의 이자를 제하면 순이득은 374.6조 원으로 여전히 GDP의 22.9%에 이른다. 남 소장은 이렇게 산출된 부동산소득을 기초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전소득, 자산소득 등 다른 소득원천과 비교해 부동산소득이 불평등에 기여한 정도를 지니계수 분해를 통해 도출한다. 부동산소득이 지니계수로 표현되는 불평등에 기여한 정도는 37.2%로, 근로소득이 기여한 44.4% 다음으로 높았다. 나머지 소득원천별 불평등 기여도는 모두 10% 미만이었다.

한국의 부동산 지대경제에 대한 남 소장의 대안은 국토보유세다. 건물을 제외한 토지에 대해 공시지가를 과표로 삼아 0.1∼2.5%에 이르는 누진 과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추산되는 세수는 2018년 기준 15.5조 원이다.

남 소장이 생각하는 국토보유세의 장점은 종합부동산세의 단점과 직접 비교된다. 2% 종부세 대상자들의 극도의 조세저항, 세수 대부분이 지방교부세로 내려가지만 수혜 실감도가 낮은 것이 대표적인 종부세의 단점이다. 남 소장은 노무현 정부 때 도입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무력화된 “종부세에 비해 국토보유세는 도입만 하면 역진이 불가능한 조세”로 규정한다. 남 소장에게 국토보유세를 재원하는 토지배당은 조세저항을 극복하는 가장 유력한 정책이다. 이 정책에서 95% 가구가 순수혜 계층이 된다.

발표 3. 비시장재 가치 측면에서 바라본 공유부와 기본소득

유영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제는 공유부(common wealth) 개념부터 시작된다. 여기에서 공유(共有, common)는 모두가 소유하는 상태를 말하며, 어느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공유(公有)와 구별된다. 부(wealth)에 대한 소유 관계를 중심으로 구별한 것이 특징이다. 유 위원은 포괄적으로 지대소득 발생원을 공유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제의 중심 주제는 환경자산(environmental asset)이나 사회적경제와 같은 ‘비시장재’도 공유부로서 지대소득 환수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으로 적절한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유 위원은 자연과 사회적경제가 공유부 및 지대소득 대상으로 기본소득 재원에 부합하는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을 동시에 고찰한다. 비시장재란 경제적 측면에서 분명히 가치가 있지만 시장거래 대상이 아니어서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재화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비시장재의 ‘외부효과’가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유 위원은 “자연 생태계는 경제계의 존립 근거 및 유형 자산의 원천으로 인간에게 혜택을 주는 공유부의 특성을 지닌다”고 규정한다. 자연의 사회적 편익은 인간의 건강에 주는 혜택, 식량, 원자재 등 시장적 편익, 휴양 기회와 같은 비시장적 편익, 기후완화, 홍수 조절, 수질 정화 등 간접적 편익으로 구별된다. 그리고 자연의 사회적 편익의 시장적 가치 측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와 이론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자연과 함께 또 다른 비시장재로서 사회적경제(가치)는 자연에 비해 그 가치를 화폐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역시 공공선을 창출하면서 ‘신뢰’와 같이 시장경제를 보이지 않게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유부의 성격을 갖는다.

사회적경제가 공유부 대상으로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 자연을 자원이나 자산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전형적으로 인간 중심적 경제화 개념이다. 기술적으로는, 자연이 공유부의 역할도 하나 자연재해나 인간에 의한 오염처럼 공유부에 마이너스 효과도 발생시킨다. 사회적경제 역시 현실에서 긍정적 의미만 갖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 제공이 사회적 약자를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는 긍정적 가치만을 다루는 협의의 개념에서만 공유부이자 지대소득 환수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유 위원의 설명이다.

유 위원은 “자연과 사회적경제는 그 속성상 공유부 및 지대소득 대상으로 취급하기에 부적합한 측면도 있으므로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 논거로 사용하는 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